국민일보
기획① 내 몸 안의 쿠데타 자가면역질환 ‘루푸스’
[2009.04.14 10:02]
동양인·20~40대 가임 여성에 흔히 발병… 발열·피로·권태·식욕저하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서 징후
[쿠키 건강]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진리지만 요즘 같은 세상을 살면서 스트레스를 피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경제 위기다 뭐다 하며 세상은 늘 시끄럽고 불안하다. 그래서 우린 술을 한 잔 하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여행을 다녀오는 등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스트레스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도 스트레스를 풀지 못한다면 다양한 질병의 근원이 되는 것은 물론 ‘자가면역질환’이란 생소한 이름의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은 생소한 이름만큼 흔하게 발병하는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점점 편안하게 살기 어려워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최근 자가면역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이란 쉽게 말해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쿠데타로 정의할 수 있다. 사람의 생체 내에는 자기 몸에 대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규율(자가관용: self tolerance)이 있는데, 자가면역질환이란 이 규율을 위배하는 것으로 즉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군대와 같은 역할을 하던 면역세포가 변형을 일으켜 오히려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 몸을 지켜줘야 하는 면역세포들이 내 몸을 향해 화살을 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자가면역질환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토피 피부염과 원형 탈모도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다.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루푸스, 류마티스관절염, 베체트병이 있다. 이에 뿌리한의원 이의준 원장과 함께 자가면역질환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1. 온 몸을 병들게 하는 천의 얼굴 ‘루푸스’
#취업 준비생인 오모(28·여)씨는 대학 때부터 최근까지 진로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수십 번이 넘게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봤지만 자신의 마음에 드는 회사를 찾을 수 없었고, 막상 취업을 한다고 해도 두 달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오씨는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과 함께 심한 구토 증세를 느꼈다. 개인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으로 좀 나아지는가 싶더니 증상은 더욱 심해졌고 견디다 못해 대학병원을 찾은 결과, 뇌혈전 진단을 받아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그러나 뇌혈전이 나아지는가 싶으면 신부전증이 찾아오고, 신부전증은 늑막염이 되고, 늑막염은 다시 골수염이 되는 등 시시각각으로 증세가 바뀌어 오씨를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그리고 몇 번의 정밀검사와 수술을 통해 의사들은 오씨의 병명을 ‘루푸스’로 진단했다.#
◇피부, 폐, 심장까지… 전신을 괴롭히는 ‘루푸스’
루푸스는 면역 시스템의 이상으로 면역세포가 자기 몸을 공격해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특히 세포 내의 핵을 공격해 파괴하는 특징이 있다. 서양인보다 동양인이 잘 걸리고 20~40대의 가임 여성들에게 흔히 발병한다. 실제로 루푸스 환자의 약 90%가량이 여성이고, 대부분 임신이 가능한 시기의 여성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10~20만 명 정도의 루푸스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루푸스는 크게 △원판산 루푸스 △전신성 루푸스 △약제 유발성 루푸스 △신생아 루푸스로 나뉘는데 흔히 루푸스하면 전체 환자의 70%를 차지하는 ‘전신성 루푸스’를 가리킨다. 전신성 루푸스는 말 그대로 피부, 신장, 신경조직, 폐, 심장 등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고, 이 중 50% 이상이 중요한 기관에 이상을 일으킨다.
반면 전체 환자의 15%를 차지하는 ‘원판상 루푸스’는 피부에만 국한해 발생하며 ‘약제 유발성 루푸스’는 특정 약물에 의해 유발되고, ‘신생아 루푸스’는 전신성 루푸스에 걸린 산모에게서 태어나는 신생아에게서 매우 드물게 발견된다.
◇발열, 구토, 발작… 위험천만, 상상을 초월하는 루푸스의 정체
루푸스는 전신질환이기 때문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증상이 다양하다. △발열 △피로 △권태 △식욕저하 △구토 △두통 △체중감소 △관절통 △근육통 △빈혈 △설사 △복통 △요통 △경련 △수면장애 △탈모 △신부전 △혈소판 감소증 △인지장애 △간질 발작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병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는 곳이 없다.
또한 다른 질환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면서 시시각각 증세가 바뀌는 루푸스는 진단이 어려울 뿐 아니라 증세가 장기간 혹은 평생 지속된다.
루푸스는 늘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고 병이 호전됐다 악화됐다를 반복하며 환자를 괴롭힌다. 이에 양학에서는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와 염증반응을 보이는 세포의 기능을 조절하거나 억제해 병의 악화를 막는 효과가 있는 면역억제제를 이용해 치료를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정상적인 인체의 기능을 손상시켜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완치보다는 증상완화를 목표로 치료해야
한의학에서는 루푸스를 음양의 조화가 깨져 두 기운이 독으로 작용하는 병으로 보고 면역 세포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호르몬의 균형 회복, 염증 제거, 자연치유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치료를 한다. 환자의 증상에 따라 다양한 약재를 적절하게 활용한 한약물 요법을 이용하거나 봉독요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봉독은 꿀벌의 산란관에서 나오는 독액으로 봉독요법은 벌의 독을 추출하고 정제해 해당 경혈자리에 주입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만약 만성신부전, 뇌신경염, 심장염처럼 루푸스 말기 증상일 경우는 양방 병원에 입원해 관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뿌리한의원 이의준 원장은 “루푸스가 난치성 질환이고 증상이 다양한 만큼 대부분의 환자들이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따라서 생활습관의 개선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TIP. 루푸스를 예방하는 생활수칙]
1. 루푸스 환자는 자외선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평소 모자나 자외선 차단제를 활용해 최대한 자외선을 차단하자.
2. 규칙적인 운동하기. 그러나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미리 의사와 상담을 하자.
3. 틈틈이 휴식 취하기. 피로는 면역 시스템의 균형을 파괴할 수 있다.
4. 스트레스 관리하기. 스트레스는 자가면역질환의 최대의 적이다.
5. 충분한 수면 취하기. 과로 또한 면역 시스템의 균형을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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