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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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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933회 작성일 15-12-31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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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아내의 빈자리

  작성자 : 모란성심 … (211.55.111.50)     연락처 :      이메일 : house747@empal.com    날짜 : 03-09-24 18:24    

조회 : 1058    



퍼온 글입니다.

있을 때 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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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 하나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어이없는 사고로 우리곁을 떠난지 어느덧 4년...

하늘도 같이 슬퍼 했는지 그때도 오늘처럼 이렇게 많은비가 내린걸로 기억 합니다.

지금도 아내의 빈자리는 나에겐 너무나 크기만 합니다.

스스로 밥 한끼 끓여 먹지 못하는 어린아이와 남편을 두고 떠난 심정이야 오죽했겠습니까마는....

난 나대로 아이에게 엄마 몫까지 해주지 못하는게 늘 가슴 아프기만 합니다.

언젠가 갑작스런 출장으로 인해 아이에게 미처 아침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허겁지겁 출근 준비만 부랴부랴 하다가 새벽부터 집을 나섰던 적이 한번 있었습니다.

전날 지어먹은 밥이 밥솥에 조금은 남아있었기에 계란찜을 얼른 데워놓고 아직 잠이 덜깬 아이에게 대강 설명하고 출장지로 급하게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일이 손에 잡힐리가 있나요?

그저 걱정이 되어 몇번이나 전화로 아이의 아침을 챙기느라 제대로 일도 못본것 같습니다.

출장을 다녀온 바로 그날 저녁 8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이와 간단한 인사를 한뒤 너무나 피곤한 몸에 아이의 저녁 걱정은 뒤로한채 방으로 들어와 양복상의를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 침대에 큰 대자로 길게누웠습니다.

그 순간, "푹!" 소리를 내며 빨간 양념국과 퉁퉁 불어서 손가락만한 라면 가락이 침대와 이불에 퍼질러지는게 아니겠습니까?

펄펄 끓는 컵라면이 이불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는 뒷전으로 하고 자기 방에서 위인전을 읽던 아이를 무작정 불러내어 옷걸이를 집어들고 아이의 장딴지와 엉덩이를 마구 퍽퍽 때렸습니다.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해! 도대체 이불은 누가 빨라고 장난을 쳐, 장난을! 응!"

다른 때 같으면 그런 말은 안했을텐데 출장을 막 다녀온뒤라 조금 피곤하고 긴장해 있었던 탓으로 때리는 것을 멈추지않고 있을때 ...

아들 녀석의 울음섞인 몇 마디가 나의 매든 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아들 녀석의 얘기로는...

밥솥에 있던 밥은 아침에 다 먹었고, 점심은 유치원에서 먹고, 다시 저녁때가 되어도 아빠가 일찍 오시질 않아 마침 싱크대 서랍에 있던 컵라면을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가스렌지 불을 함부로 켜선 안된다는 아빠의 말이 문득 생각나서 보일러 온도를 목욕으로 누른 후 데워진 물을 컵라면에 붓고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출장다녀온 아빠에게 드리려고 컵 라면이 식을까봐 내 침대 이불속에 넣어두었다는 것입니다.

그럼 왜 그런 얘길 진작 안 했냐고 물었더니...

제 딴엔 출장다녀온 아빠가 반가운 나머지 깜박 잊어버렸다는 것입니다.

휴~
이녀석... 그래도 엄마 없이도 해맑게 자라 주는것도 고마운데...

나는 아무 할말이 없더군요.

무심코 창 밖을보니 오늘따라 저리도 비는 많이 내리는지... 하늘도 우는 걸까요?

울컥 목이 메어 오는걸 가까스로 참고...

아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 싫어 화장실로 뛰어들어간 저는 수돗물을 크게 틀어놓고 엉엉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한참이나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와서는 우는 아이를 달래 약을 발라주고 잠을 재웠습니다.

컵 라면에 더러워진 침대보와 이불을 치우고 아이 방을 열어보니...

이 녀석..얼마나 아팠으면 잠자리 속에서도 흐느끼지 뭡니까?

가만히 엉덩이를 까보니 벌겋게 줄이 죽죽 가 있더군요...

정말이지 아내가 떠나고 난 빈 자리는 나에겐 너무 크기만 해서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나는 그저 오랫동안 문에 머리를 박고 서 있어야 했습니다.

아내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이제 5년.

이제는 아내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만도 한데...

내겐 아직도 아내의 빈 자리는 너무나 크기만 합니다.

일년전에 아이와 그 일이 있고난 후, 난 나대로 아이에게 엄마의 몫까지 더욱더 신경을 쓰기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아이도 나의 걱정과는 달리 티없고 맑게 커가는 것 같아서 아이에게 정말로 고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의 나이 이제 7살, 얼마후면 유치원을 졸업하고 이제 내년부터는 초등 학교를 갑니다.

그동안 아이에게 또 한차례 매를 들었습니다.

어느 날 유치원에서 전화가 오더군요.

아이가 그 날 유치원을 오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떨리는 마음에 회사를 조퇴하고 바로 집으로와서 아이를 찾아봤지만, 아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온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애타게 아이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놈이 아빠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놀이터에서 혼자 신나게 놀고 있더군요.

너무나도 아이에게 화가나서 집으로 온 후 아이에게 또 매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단 한차례의 변명도 하지 않고 잘못을 빌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날은 유치원에서 부모님을 모셔놓고 재롱잔치를 한 날이라고 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몇 일 후, 아이는 유치원에서 글을 배웠다고 너무나도 기뻐하는 모습으로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날부터 아이는 저녁만 되면 자기 방에서 꼼짝하지 않고 뭘 하는지 혼자서 글을 써대는 것이었습니다.

일기를 쓰는지는 모르지만 아이의 모습이 얼마나 기특한지..

비록 곁에 아내가 없지만 하늘에서 아이의 모습을 보곤 미소짓고 있을 생각을하니 난 또 다시 흐르는 눈물을 혼자서 삼켜야 했습니다.

그렇게 일년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겨울이 되고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나올때쯤 아이가 또 한 차례 일을 저질렀습니다.

그날 회사에서 퇴근준비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찾는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그 전화는 우리 동네의 우체국 출장소였는데 우리
아이가 우체통에 아무런 주소도 쓰지 않고 우표도 부치지 않은 편지 300여통을 넣는 바람에 가장 바쁜 연말에 우체국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끼친다고 전화가 온 것 입니다.

서둘러 집으로 간 나는 아이가 또 일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아이를 불러놓고 다시는 들지 않으려던 매를 또다시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이는 변명을 하지 않고..

잘못했다는 소리뿐 아이가 그렇게 맞는데도 변명을 하지 않자 난 아이를 때리는 것을 그만두고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받아 왔습니다.

편지를 가지고 온후 아이를 불러놓고 도대체 왜 ! 이런일을 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하더군요.

엄마에게 편지를 보낸 거라고...

순간 울컥하며 나의 눈시울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바로 앞에 있는 터라 아이에게 티내지 않고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그럼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편지를 한번에 보냈냐고...

그러자 아이는 그 동안 편지를 계속 써왔는데, 우체통의 턱이 높아서 자기의 키가 닿지 않아 그동안 써오기만 하다가 요즘들어 다시 재보니, 우체통 입구에 손이 닿길래 여태까지 써왔던 편지를 한꺼번에 다넣은 것이라고 하더군요.

전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말을 해줘야 할지 정말 막막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아이에게 난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엄마는 하늘에 계시니깐 다음부터는 편지를 쓰더라도 우체통에 넣지말고 태워서 하늘로 올려 보내라고...

그리고 그 편지들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주머니속에서 라이터를 꺼내서 그 편지들을 하나씩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가 엄마한테 무슨 얘기를하고 싶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태우던 편지들 중 하나를 들고 읽어보았습니다.


보고싶은 엄마에게...

엄마 !

지난주에 우리 유치원에서 재롱잔치를 했어.

근데 난 엄마가 없어서 가지 않았어.

아빠가 엄마 생각날까 봐 아빠한테 얘기 안 했어.

아빠가 나 찾으려고 막 돌아다녔는데 난 일부러 아빠보는 앞에서 막 재미있게 놀았어.

그래서 아빠가 날 마구 때렸는데도..

엄마 나 있잖아 끝까지 얘기 안했어.

나 매일 아빠가 엄마 생각나서 우는거 본다.

근데 나 엄마 생각 이제 안나.

아니, 엄마 얼굴이 생각이 안나...

엄마 나 꿈에 한번만 엄마얼굴 보여줘 알았지?

보고싶은 사람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자면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난다고

하던데, 엄마도 ...

엄마도 그렇게 해 줄거지?

꼭 기다릴께 엄마....

아이의 편지는 그렇게 끝을맺고 있었습니다.

. . . . . . .

난 다시는 아이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엄마없이 자라는 아이라 조금이라도 강하게 키우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볼을 타고 흘러 내리는걸 보니 나도 어쩔 수가 없는가 봅니다.


** 위글은 실화이며 아이가 지금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고, TV동화에도 소개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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