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는 발칙한(?) 실험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 라이언 호웰 교수가 소비패턴과 행복감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만을 위해 무엇을 살 때보다 같은 돈으로 가족이나 친구와 외식을 하거나 공연을 보는 등 즐거움을 함께 나눌 때 더 행복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호웰 교수는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 물론 그 앞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삶의 경험을 나누는 데 쓴다면'이란 단서가 붙는다.

사랑은 돈이 아닌 마음에 달려 있다는 말은 이제 진부하기만 하다. 오히려 최근 과학자들이 주력하고 있듯 '행복 시스템은 뇌에 있다'는 주장이 더욱 솔깃하다. 실제로 1950년대 미국에서 우울증이 뇌의 신경생리학적 질병으로 규명한 이후 이 뇌의 행복 시스템을 파헤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제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도파민, 세로토닌, 옥시토신 등 신경전달물질의 정체가 밝혀짐으로써 행복의 묘약이 개발될 날도 머지않은 듯 보인다.

그러나 이제 막 뇌의 행복 시스템 존재를 파악한 우리에게 혼란을 주는 결과들 역시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일례로 에모리 대 신경과학자 그레고리 번스가 밝혀 낸 도파민 중독 현상을 들 수 있다. 도파민은 새로움을 추구할 때 분비되는데, 이것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과도하게 작용해 바람둥이나 쇼핑중독 등을 일으키는 것이다. 일종의 행복 시스템 오작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세로토닌 농도를 높여주어 우울증을 치료하는 SSRI나 SNRI계 약물은 효과가 탁월하긴 하지만 자살 등의 치명적인 위험성이 늘 따라다닌다. 호르몬만 가지고 행복을 설명하기엔 석연찮은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하루 한 알로 부작용 없이 행복해지는 묘약은 아직까지 없다. 다만 가장 안정적으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을 분석하고 비법을 추론할 뿐이다. 이쯤 되면 다시 과학이 아닌 행복의 통념이 등장한다. 다행히 최근의 과학기술은 이들이 부작용 없는 '진짜' 비법임을 증명해준다.

너무나 잘 알려진 대로 웃음은 심지어 억지로 웃는 것까지도 도파민과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지난해 밝혀진 바 있다. 달리기 등의 운동을 할 때도 '러너스하이(runner's high)'라 불리는 기분 좋은 상태에 이른다. 우울할 때 흙을 만지면 흙 속 미생물이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키며 적당한 양의 햇빛과 깨끗한 공기 역시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타인과 나누는 '사랑'이 핵심이다. 환하게 웃는 아기의 얼굴, 가족이나 연인과 나누는 포옹은 도파민, 세로토닌, 옥시토신 등의 물질을 한꺼번에 분비시키는 행복의 결정체다. 특히 지난 12월엔 행복한 감정이 인맥을 통해 번져 나간다는 '행복 바이러스' 이론이 입증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이론을 주장한 미국 UC 샌디에이고 대학 제임스 파울러 박사는 "행복한 감정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처럼 가까이 있는 사람에 퍼져 나간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실험결과 한 사람의 행복은 평균 3단계를 거쳐 퍼져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부하기만 한 '행복론'이 수 세대에 걸쳐 전해지는 이유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m.com)

[2005년 영국 BBC 방송국 행복위원회가 제시한 '행복헌장']

1. 운동을 하라. 일주일에 3회 30분씩이면 충분하다.

2. 하루를 마무리할 때마다 당신이 감사해야 할 일 다섯 가지를 생각하라.

3. 매주 온전히 한 시간은 배우자나 가장 친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라.

4. 식물을 가꾸라. 아주 작은 화분도 좋다. 죽이지만 말라.

5. TV시청시간을 반으로 줄이라.

6. 미소를 지으라.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낯선 사람에게 미소를 짓거나 인사를 하라.

7. 친구에게 전화하라. 오랫동안 소원했던 친구나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만날 약속을 하라.

8. 하루에 한 번씩 유쾌하게 웃으라.

9. 매일 자신에게 작은 선물을 하라. 그리고 그 선물을 즐기는 시간을 가지라.

10. 매일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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