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얼마나 많이 먹느냐, 즉 칼로리를 얼마나 많이 섭취하느냐는 저인슐린 다이어트에서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음식을 많이 먹더라도 인슐린 분비만 억제되면 살이 찌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는가, 나아가 어떻게 인슐린이 잘 분비되지 않는 체질로 만드는가가 이 다이어트의 목적이다. 셰릴 하트 박사와 나카다 다카유키 박사의 저서에선 저 인슐린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이 소개돼 있다.
이 다이어트의 기본은 GI 수치가 60 이상인 음식을 삼가는 것. 곡류는 대부분 GI 수치가 높아, 특히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이 따라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흰쌀밥(84)이나 식빵(91) 대신 현미밥(56) 등 잡곡밥이나 통밀빵(50), 호밀빵(55), 메밀국수(54) 등으로 메뉴를 변경하면 인슐린 분비를 억제할 수 있다.
대부분의 육류와 어패류는 GI가 40~50 정도이므로 마음껏 먹어도 된다. 야채 중에선 감자(90)와 당근(80)을 삼가야 한다. 옥수수(75), 호박(65), 토란(64) 등도 비교적 GI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그 밖의 야채·근채류는 GI가 낮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과일 중에선 딸기잼(82), 파인애플(65), 황도통조림(63)을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사과(36), 배(32), 귤(33), 오렌지(31), 딸기(29), 감(37), 복숭아(41) 등 대부분의 과일은 GI가 낮으므로 많이 먹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설탕(109), 맥아당(105), 초콜릿(91) 등은 저 인슐린 쇼크에 빠진 당뇨환자의 응급약으로 쓰일 만큼 즉각적으로 인슐린을 높이므로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 유제품 중에선 아이스크림(65)만 조심하면 된다. 금방 살이 찔 것 같은 생크림(39), 버터(30), 치즈(31)는 생각보다 훨씬 GI가 낮기 때문에 마음껏 먹어도 된다. 파스타(65)를 먹을 땐 치즈를 듬뿍 얹어 먹는 게 오히려 효과적이다.
맥주(34), 정종(35), 위스키(30), 와인(32) 등 대부분의 술은 GI가 낮기 때문에 저인슐린 다이어트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GI가 높은 음식을 먹고 싶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는 혈당이 단숨에 높아지지 않도록 GI가 낮은 음식과 섞어서 먹어야 한다. 예를 들어 쌀밥이 먹고 싶다면 미역, 두부, 우엉 등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과 함께 먹는 게 좋고, 바게트나 식빵 등이 먹고 싶으면 우유나 치즈 같은 유제품을 함께 먹는 게 좋다. 섭취하는 총 칼로리는 높아지지만 혈당을 서서히 올리기 때문에 체중 감량에는 더 효과적이다. 식초가 많이 들어간 음식도 혈당을 서서히 올리는 작용을 하므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한편 디저트로 케이크 등 단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식후 단 음식을 먹으면 탄수화물에 포함된 당과 단 음식의 당이 합쳐져 단숨에 혈당치가 올라간다. 케이크, 파이 등 단 음식보다 과일 등을 디저트로 먹는 게 좋다.
(임호준기자)
GI란?
특정 음식이 섭취·소화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혈당수치를 높이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포도당을 100으로 했을 때의 비교 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