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4일 중앙일보
나폴레옹 시대 신병의 72%는 키 150cm 이하
얼마 전 영국 일간지 타임스 인터넷판은 전직 교사 폴 주어리가 블로그에 올린 게시
물을 인용,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10대 오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그중 하나는 나폴레옹의 키에 관한것이다. ‘나폴레옹의 키가 1m57cm라는 것은 잘못
된 번역에서 비롯되었고, 실제 키는 약 1m70cm 였으며 이는 18,19세기 평균 키였
다’는 내용이다.
과연 그럴까? 나폴레옹 시대 징집병의 체격에 대해서는 풍부한 통계가 남아 있다.
나폴레옹이 1797년 점령지인 이탈리아 북부의 제노바와 그 주변 지역에 세운 리구리
아 공화국의 경우 해안의 한 군(郡)에서 1792~99년에 징집된 신병의 72%는 키가
1m50cm 이하였다(에릭 홉스봄, 『혁명의 시대』). 1m57cm가량으로 알려진 나폴레
옹의 키는 결코 작은 편이 아니었다.
물론 키 큰 병사들도 있었고, 왕이나 장군들은 그들을 높이 평가해서 근위대 등 엘리
트부대에 소속시켰다. 나폴레옹 또한 평균키를 크게 웃돌던 근위병들을 이끌고 대중 앞에 등장했던 만큼 실제보다 무척 작아 보였을 것이다.
어쨌든 그 시대 사람들이 체격이 요즘보다 매우 작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1796년 5월 10일 나폴레옹은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의 로디 시에 진군했다. 강을 사이
에 두고 다리에 설치된 적의 대포 20여 문이 포탄을 퍼부었다. 프랑스 병사들이 다리
에 나뒹굴었다. 수적으로 열세인 프랑스군에게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그때였다. 나폴레옹은 혼자 총알이 비 오듯 쏟아지는 다리를 향해 칼을 뽑아 들고 달
려갔다.
용기 백배한 병사들이 그의 뒤를 맹렬히 따르자 적이 퇴각하기 시작했고 승리는 프
랑스군에게 돌아갔다.
그들은 일개 병사처럼 죽음에 맞선 나폴레옹에게 찬탄의 시선을 보냈다. 이후 병사
들 사이에 그는 ‘꼬마 하사’란 애칭으로 불렸다.
평생 강렬한 지적 호기심을 잃지 않았던 그는 원정에서도 500권가량의 책을 담은 이
동도서관을 끌고 다닐 정도로 독서광이었다. 1798년 이집트를 침공할 때는 수많은 학자들을 대동했고, 원정 중에 발견된 로제타석은 ‘이집트학’ 연구가 본격화되는 계
기가 되었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여대생의 “키 작은 남자는 루저(패배자)”라는 발언이 논란
이 되고 있다. 용기·지성 같은 덕목보다는 겉에 드러나 보이는것에만 사로잡히는 외
모지상주의 풍조가 ‘일부’ 젊은이들에게 국한된 현상이라고 믿고 싶다. 진정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애.
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서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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