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된 몸 '한방'으로 고쳤어요"
한방병원 입소문타고 찾는 외국인 환자 증가
최은미 기자 | 2009/08/05 09:35 | 조회 2410
"보세요, 휠체어도 지팡이도 없이 혼자서 걸을 수 있습니다"
전세계를 돌며 피아니스트로 평생을 살았던 러시아 경찰대 교수 아날리씨(가명.63)에게 지난 5월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졌다. 하루아침에 뇌경색으로 왼쪽 팔다리가 마비된 것이다. 오른쪽 중대뇌동맥이 경색돼 왼쪽 어깨부터 다리까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지의 낙후된 의료환경으로 고심하던 그는 한국행을 선택,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을 찾았다.
한달에 걸쳐 모든 치료를 받고 퇴원할때가 됐지만 당장 마비된 팔다리를 움직일 순 없었다. 그대로 러시아로 돌아가기엔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러던 중 병원에 입원해있던 다른 환자들에게 한방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선 한방으로 뇌질환 치료를 많이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찾은 곳이 경희대부속한방병원. 지난 달 17일 이곳을 방문한 아날리씨는 마비된 부위 반대쪽에 침을 놔 혈액 순환을 돕는 사암침법과 청심연자탕 등으로 치료받았다. 31일 마지막 치료를 받으러 왔을 땐 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고도 혼자 걸을 수 있었다. 어깨부위 마비도 거의 풀렸다.
아날리씨 치료를 담당한 이상훈 침구과 교수는 "외국인환자들의 경우 한방치료를 접하면 처음엔 신기하게만 생각하지만 치료 후에는 효과를 신뢰하고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침체된 한방시장에 외국인환자가 '빛'이 되고 있다. 일본과 미국, 유럽 등지에서 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외국인환자가 늘고 있는 것. 아직 타진료과에 비해 많은 수준은 아니지만 대부분 스스로 방문하는 환자들이라는 점에서 잠재력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경희대부속한방병원의 경우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 간 240명의 외국인환자를 맞았다. 한달에 40~50명 가량이 방문한 셈이다. 일본, 러시아, 미국, 이집트, 캐나다 등 국적은 천차만별이다.
찾은 이유로는 관절염이나 뇌질환 등은 물론 생리통 등 여성질환, 아토피 등 알레르기질환, 비만 등 아직 현대의학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없는 질환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몸 전체의 순환을 좋게하는 치료를 받는다.
이 병원 국제진료실 관계자는 "6월초에는 캐나다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이집트 남성이 방문해 만성임파성백혈병 보조치료와 고관절염 치료를 받고 만족해 돌아가기도 했다"며 "한방치료가 효과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지에서 직접 인터넷을 통해 가격 하나하나까지 비교한 후 찾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남성은 8월 중 불면증이 심한 친형과 함께 다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혹시나하는 마음이 만족으로 이어져 신뢰를 만들고 그것이 주변으로 퍼져가는 '입소문' 효과의 전형이다.
비뚤어진 뼈를 바로 맞추는 '추나요법'으로 척추질환을 치료하는 자생한방병원의 경우 올 상반기(6월 기준)에만 초진환자 449명, 재진환자 2410명 등 총 2859명의 외국인환자가 찾았다. 지난해 초진환자만 576명, 재진환자까지 합하면 3489명이 방문했다는 점에서 30% 가량 증가한 수치다. 환자 중 40% 가량은 일본인이며 미국에서 20%, 나머지가 독일,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유럽과 중동 등 기타국가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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