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을 찾은 것은 모네 전 마지막 날이었다. 참으로 고대했던 모네와의 만남이었다. ‘아르장퇴이유의 개양귀비꽃’ 과 '생 라자르역' 등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몇 점의 그림이 눈에 띄지 않아 한편으로 아쉽기도 했다. 어느 전시관 입구로 들어설 때 텅 빈 벽에 덩그렇게 적혀 있는 짧은 글귀와 마주쳤다. 모네의 삶을 그 한 문장으로 요약하고 있는 것 같아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는 한참을 그 앞에서 굳은 듯이 멈추어 서 있었다.
"나는 자연의 법칙과 조화 속에 그림을 그리고 생활하는 것 이외에 다른 운명을 갈망하지 않는다."
클로드 모네 1875
어떤 삶이 그것이 운명적이라면, 설혹 무의미하고 불행하게 보일지라도 사실은 그렇지가 않을 수가 있다. 지금의 현실 또는 이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전적으로 그 자신에게 달려 있을 것이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살아가기에는 인생이 그리 길지만은 않은 것 같다. 스스로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삶이란 다른 누구와 다르지가 않다. 어쩌면 운명이란 스스로 선택해야 하고 그 길을 고집스럽게 걸어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때로는 그 운명이 꿈과 마주치기도 할 것이다. <황인철·시인> |